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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요한 밤, 댓돌 위에 놓인 낡은 나막신 한 켤레.
고요한 밤, 댓돌 위에 놓인 낡은 나막신 한 켤레.
닳아 헤진 코에는 주인의 고단한 하루가 묻어있다. 마당 한 켠, 늙은 감나무는 그림자조차 잠든 듯 미동도 않는다.
달빛은 은은하게 마당을 적시고, 처마 끝 풍경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적막을 깬다.
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은 마치 잊혀진 옛 노래의 한 구절 같다.
방 안, 등잔불 아래 엎드린 그림자는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.
낡은 창호지 문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그의 뺨을 스치며 지나간다.
뜰에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가득하고, 밤하늘에는 별들이 촘촘히 박혀 빛난다.
도시의 번잡함과는 동떨어진 이곳,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 하다.
어쩌면 그는 지금,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은 채 고요 속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탐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.
혹은, 다가올 새벽을 기다리며 희미한 등불 아래 고독을 곱십고 있을지도.
밤은 깊어지고,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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